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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창작동화]북극곰 누누의 작은 용기

by cat8 2025. 8. 14.

 

 끝없이 펼쳐진 하얀 눈밭과 반짝이는 얼음산.

그곳에 털이 복슬복슬하고 눈이 동그란 아기 북극곰 누누가 살고 있었어요.

 

누누는 다른 북극곰들보다 몸집이 작고 발바닥도 오밀조밀했어요.

힘이 세진 않았지만, 눈밭 위를 살살 걸으며 혼자 조용히 노는 걸 좋아했죠.

 

친구들은 가끔 이렇게 놀렸어요.

“누누는 겁쟁이야!

탐험도 안 하고, 바다도 안 가잖아!”

 

누누는 속으론 조금 서운했지만,

그저 작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난… 그냥 여기가 좋아.”

 

어느 날,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뒤덮이고

눈보라가 세차게 불어오기 시작했어요.

 

작은 펭귄 피피가 친구들과 놀다

미끄러운 얼음길을 잘못 들어가

멀리 홀로 떠밀려 가 버린 거예요.

 

마을은 금세 술렁였어요.

“누가 피피를 찾으러 가지?”

하지만 매서운 바람과 미끄러운 얼음 위를

나설 용기를 내는 친구는 없었어요.

 

그때,

누누가 조용히 일어섰어요.

포근한 하얀 털 위에 빨간 목도리를 둘렀죠.

그리고 작은 발걸음을 또각또각 내디뎠어요.

 

“피피는 지금 얼마나 무서울까…

나라도 가야 해.”

 

바람은 얼굴을 세게 때렸고,

얼음길은 발밑에서 반짝이며 미끄러졌어요.

차가운 기운이 털 사이로 파고들었지만

누누는 멈추지 않았어요.

 

마침내,

작은 얼음 언덕 뒤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울고 있는 피피를 찾았어요.

 

누누는 살짝 웃으며

포근한 앞발로 피피를 감싸 안았어요.

 

“괜찮아, 이제 집에 가자.”

 

마을로 돌아왔을 때

친구들은 누누를 바라보며 눈이 동그래졌어요.

몸집은 작지만,

누누가 보여준 용기는 그 어떤 눈산보다도 크고 단단했거든요.

 

그날 이후 친구들은

누누를 ‘하얀 용기의 곰’이라 부르며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배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