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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창작동화]달빛 연못의 루미

by cat8 2025. 8. 12.

 

 

옛날 옛날, 바람도 살짝 쉬어 가는 깊은 숲 속에

루미라는 작은 반딧불이가 살고 있었어요.

 

루미는 아주 작은 빛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빛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했죠.

밤마다 다른 반딧불이들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별처럼 반짝였지만,

루미는 늘 연못 옆 조그만 돌에 앉아

조용히 자기 빛을 지켜봤어요.

 

“루미야, 왜 안 날아?” 친구들이 물으면

루미는 그냥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난 이 연못에 비친 내 빛이 좋아.

고요하고, 따뜻하고… 꼭 꿈속 같거든.”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금세 다시 하늘로 날아가 반짝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숲에 구름이 가득 끼어서

달빛도, 별빛도, 반딧불이들의 빛도 희미해졌어요.

 

그때 길을 잃은 작은 사슴 한 마리가

울먹이며 연못가로 왔어요.

 

“여긴… 어디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

 

그 순간, 연못가에서 조용히 빛나던 루미가

살짝 날갯짓을 하며 다가갔어요.

루미의 부드러운 빛이 연못 위에 번지자

주변이 마치 마법처럼 은은하게 밝아졌어요.

 

“걱정하지 마, 내가 길을 안내해 줄게.”

루미는 사슴의 코끝에 살짝 내려앉아 말했어요.

 

그리고 둘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숲길을 걸었어요.

루미의 작은 빛 덕분에

사슴은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죠.

 

그날 이후로 루미는 연못 옆뿐만 아니라

길을 잃은 마음속에도

따뜻한 빛을 켜주는 친구가 되었어요.

 

루미의 빛은 작았지만

그 고요한 따뜻함은

누구보다 멀리, 깊이 전해졌답니다.